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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스톤 (바둑의 시크릿)
    영화/먼저 시사회 2014. 6. 7. 10:24

    며칠 전 영화 '스톤(The Stone, 2013)' 시사회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라 꼭 보고 싶어 응모를 했지만 당첨이 안되서 낙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일(6월 5일) 오전에 갑자기 시사회 영화표를 얻게 되는 행운이 생겨 아는 동생과 함께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보게 되었다. 어떤 영화를 봤는지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와본다. 일찍 도착해 티켓팅한 덕분인지 좋은 자리에 앉게 되었다. 영화 상영 시간이 넘었는데도 시작을 안하는 영화 '스톤'. 무대인사가 있을 것이라고는 못들었는데 혹시 배우들의 인사가 있을려나 기다려본다. 드디어 7명의 배우들이 들어왔다. 그것을 보고 좋아라 하는 동생을 보니 잘 데려온 것같았다.

    영화 스톤 박민수와 인걸


    바둑을 안둔지도 꽤 오래 되었다. 중학생 때 바둑에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정도가 심했는지 어머니께서 바둑판과 알을 갖다내버릴 정도였었다. 그 나이치고 제법 두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죽고 사는 것만 안다. 영화 '스톤'에서도 남해(김뢰하 분)와 박민수(조동인 분)가 왜 건달이 되었는지, 왜 바둑을 두었는지 묻고 답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도 모두 공통적으로 '어머니' 때문이라고 해서 동질감 같은 것이 생겨 버렸다. 더불어 기대를 많이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영화가 끝나고 혹평을 쏟으며 나가는데 나가는 통로에 배우들이 서 있다. 무대 인사 때나, 영화에서나, 그리고 마지막 인사에서도 인걸 역을 맡은 박원상씨의 노력이 보기 좋았지만, 좋은 후기를 쓸 것같지는 않아서 후딱 지나갔다. 하지만 데려온 동생은 서 있는 배우들을 보고는 주인 만난 강아지 마냥 살랑살랑 좋아라 한다. 그리고 그 동생이 영화 후기를 부정적으로 쓰지 말아달라고 비싼 차Tea도 사준다. 뭐 대단한 리뷰어도 아닌데 이럴 것까지야 싶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잘 얻어먹었다.


    영화를 볼 때는 최대한 백지 상태로 볼려고 한다. 영화 '스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배우가 출연했는지,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예고편도 안보고, 감독이 누군지 일체의 관심을 끈 채로 영화를 봤다. 그 뭐라고 해야할까? 햇빛 하나 없는 흐린 날씨인데,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덥고, 습하다고 해야할까 좀 답답했다. 어떤 감독이길래 스모그 낀 도시처럼 회색톤으로 영화를 만들었을까 싶어 프로필 정보를 찾아보니 조세래 감독의 유작이라고 한다. 데뷔작이면서... 유작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조세래 감독이 남긴 영화 '스톤' 속에 감춰진 시크릿을 풀어보고자 한다.


    영화 '스톤'을 이해하기 바둑 기초(이해를 돕고자 쉬운 말로 풀이함)

    바둑판

    가로19 x 세로19 로 361개의 교차점을 가지고 있으며, 바둑돌이 놓여지지 않은 교차점을 '땅' 또는 '집'이라 부른다. 빈 교차점에 바둑알을 놓을 수 있다. 영역에 따라 '귀'와 '변', '중앙'이라 부르며, 가운데 점을 '천원'이라고 한다. 보통 고수가 백돌로, 하수가 흑돌로 바둑을 둔다. 그리고 흑돌부터 먼저 둔다.

    바둑 기초 바둑판


    생과 사

    바둑판에서 돌은 활로를 가지고 있어야 살 수 있다. 일종의 숨구멍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같다. 아래의 이미지에서 백돌은 2개의 활로를, 흑돌은 4개의 숨구멍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숨구멍이 상대방 돌에 의해 막히면 죽는 것(사석)이다.

    바둑 기초 바둑돌의 생


    아래의 이미지에서 왼쪽 상단(좌상귀)에서 흑돌의 활로는 1개로 위험한 상황으로 단수라고 부른다. 왼쪽 하단(좌하귀)에서 백돌 또한 단수다. 좌상귀 백돌, 좌하귀 흑돌의 형태를 호구(호랑이 입)라 한다.

    바둑 기초 바둑돌의 사


    좌상귀는 백돌에 의해 흑돌의 활로가 막혀 죽었다. 죽은 돌은 상대방이 가져간다. 이후에 집계산할 때 상대방의 집을 메우게 된다. 그러면 집수가 줄어든다. 좌하귀는 백돌이 활로를 이어 숨구멍을 3개 확보함으로써 살 확률을 높였다. 

    바둑 기초 바둑돌의 생과 사2


    다음 아래와 같은 비슷한 상황(좌상귀)이 많이 발생하는데, 흑돌 한점이 단수(아래 첫번째 이미지)로 백돌을 흑돌 가운데 놓아 흑돌을 따갈 수 있다(아래 두번째 이미지). 그런데 놓았던 백돌이 단수가 된다. 마찬가지로 흑돌이 백돌 가운데 놓아 따갈 수 있으나 그렇게 서로 반복하게 되면 게임은 끝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이럴 때는 흑돌이 바로 놓지 못하고 다른 곳에 둔 뒤에 백돌 가운데 놓아 따갈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백돌이 가운데를 놓아 따가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바둑 기초 생과 사 - 패2 바둑 기초 생과 사 - 패1 


    아래와 같은 상황을 '축(회돌이)'이라 부른다. 백돌이 살기 위해 뻗어보지만 계속 단수가 된다. 

    바둑 기초 축1


    바둑판의 가장자리까지 가면 더이상 갈 곳이 없어 죽게 된다. 마지막으로 오른쪽 맨 귀퉁이에 흑돌을 놓게 되면 백돌은 죽게 된다.

    바둑 기초 축2


    땅따먹기와 집짓기

    바둑을 속칭 땅따먹기 게임이라고도 부르는데 많은 땅을 가지면 가질수록 이기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아래의 이미지는 땅을 확보한, 집짓기를 한 예이다. 좌상귀는 흑돌이 9개의 집(땅)을 확보했다. 중앙은 백돌이 9개의 집을 확보했다. 우하귀는 흑돌이 집을 확보했다. 자세히 보면 귀는 6~7개의 돌로 9개의 집을 확보한 반면, 중안 12개의 돌로 9개의 집을 확보했다. 효율면에서 귀에 집을 짓는 것이 , 공격받는 방향도 적고 유리하다. 그런데 이들 집은 튼튼한 집이 아니다. 집안에 상대방 돌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두번째 이미지에서 흑돌 집은 2집이지만 튼튼한 집이다. 백돌이 들어갈 수 없다. 백돌의 활로가 없기 때문이다.

    바둑 기초 집1 바둑 기초 집2


    치중  

    보기에는 집이지만 공격(침입)으로 집을 빼앗기거나, 빼앗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이 포인트를 치중이라고 한다. 아래 간단한 예시 참조. 첫번째 이미지에서 좌상귀에 흑이 3집을 가지고 있지만 다음 이미지처럼 백돌이 가운데 두게 되면(치중) 흑돌은 모두 죽게 된 거나 다름 없다. 흑돌이 침입한 백돌을 잡으러 돌을 놓을 수록 흑돌의 활로가 점점 줄어들게 되어 백에게 먹히게 된다.

    바둑 기초 치중1 바둑 기초 치중2

    바둑 기초 치중3 바둑 기초 치중4


    대마(大馬) 

    다수의 돌들이 이어져 있는 상태이다. 같은 색 돌끼리 붙어 있거나, 끊어져 있더라도 상대방 돌이 죽지 않고 끊을 수 없다면 이어져 있다고 본다. 흑돌 대마 중에 하나가 우변에 있는 흑돌들이다. 우하귀까지 뻗어있다.

    바둑 기초 기보와 대마


    끝내기

    집을 완벽하게 만들거나, 조금이라도 더 확보, 빼앗기 위해 두는 수를 말한다. 이 수로 다 이긴 경기를 지기도 한다. 치중과 끝내기의 경우 같은 상황이 반복되기도 해서 많이 익혀둘수록 좋습니다. 사활 문제가 치중과 끝내기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같습니다.


    ※ 설명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기초 정도만 알아도 영화 '스톤'을 이해하는데 충분할 것같습니다. 



    시크릿#1] 바둑과 인생의 공통점, 두가지.

    하나, 다양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바둑판은 19X19 크기지만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계산한다 손치더라도 (19*19=361), (361*360=129,960), (126,960*359=46,655,640), (46,655,640*358=16,702,719,120) ... 거기다가 사석(죽은 돌)으로 생긴 빈자리에 다시 돌을 놓는 경우까지 더 한다면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생 또한 수많은 나의 선택들과 다른 사람들의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앞날을 예측하는 것보다 만들어가는 것이 더 현명할 일일 것이다. 다만, 이해득실과 능력, 습관, 고정관념에 의해 한계를 느낄 뿐이다. 


    둘, 죽고 사는 일에 대한 것이다. 무릇 놀이란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 고안된 훈련이라는 점에서 죽고 사는 일에 대한 것이 아닌 놀이가 없겠지만, 바둑만큼 흡사한 것이 없다. 삶에 필요한 땅과 집, 영역에 대한 싸움이 치열한 우리네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 영화 '스톤' 에서 박민수가 바둑을 두는 장면과 재개발 지역 주민들과 깡패들이 싸우는 장면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백돌과 흑돌이 서로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을 차지 않지만,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돌과 돌 사이의 그 치열함을 느낄 수가 있었을 것이다.


    영화 스톤 바둑과 인생의 공통점



    시크릿#2] 바둑과 인생의 다른점, 두가지.

    하나, 바둑의 세상은 서로 돌아가면서 한 수씩 두는 공정한 게임일지 모르지만, 인생이 펼쳐지는 이 세상은 공정과 불공정이 공존한다. 왜나면 세상은 100%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의 섭리에 의해 인생이 돌아가기도 하고,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두울, 사람들은 득실에 따라 당신을 배신할 수도 있지만, 바둑의 돌은 배신하지 않는다. 죽었으면 죽었지, 색을 바꾸지 않는다.

    영화 스톤 바둑의 돌은 배신하지 않는다.



    시크릿#3] 바둑과 인생이 다르면서 같은 점, 하나.

    "인생이 바둑이라면 첫 수부터 다시 한번 두고 싶다."라는 말에 공감해 처음에는 그것이 바둑과 인생의 다른 점이라고 생각했다. 바둑은 또다시 새 판을 둘 수 있지만 한번 지나간 인생은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것은 과거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앞으로 주어지는 시간에 대해서는 우리는 첫 수를 다르게 둘 수 있다. 우리는 매일 24시간이라는 새 판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바둑과 인생의 같은 점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신에게 주어진 오늘의 첫 수는 어디에 두셨습니까?

    영화 스톤, 당신에게 주어진 오늘의 첫 수는 어디에 두셨습니까?



    시크릿#4] 영화 '스톤'이 말하는 터닝포인트.

    기존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전환점(계기)을 말한다. 박민수의 터닝포인트는 어디일까? 남해가 죽는 것을 지켜보게 되는 시점일 것이다. 그 이전에는 내기 바둑이나 두면서 건달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는, 아무거나 되는데로 살려는 민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아마추어이지만 쟁쟁한 프로기사들을 제치고 결승까지 올라가는 민수가 있었다. 영화에서 남해는 아마추어 인생을 살 것인지, 프로의 삶을 살 것인지를 강조한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구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영화 스톤,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


    돈에 따라 움직이면 프로이고, 아니면 아마추어인가? 목숨을 걸고 하면 프로고, 아니면 아마추어인가?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 프로고, 아니면 아마추어인가? 고수면 프로인가? 바둑이 먼저인지, 사는 게 먼저인지 알면 고수라는 아리까리한 말을 남겨 놓긴했지만 어떤 것이 프로인지 사실 영화에서는 정확히 말해주지는 않았다. 감독님이 너무 꼭꼭 숨겨놓았다. 도대체 무엇으로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고자 했던 것일까? 영화를 다시 볼 수도 없고 답답했다. 아니면 없는 것을 찾고 있는지도 몰랐다. 마지막으로 내가 택한 방법은 내가 박민수가 되어보는 것이었다.


    박민수에게 터닝포인트라 말하는 시점에서 박민수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되짚어 보았다. 배신자(조지환-조혜련의 동생-인 것같은데 확실하지 않음)의 칼침을 맞고 최후를 맞이하는 조직의 보스, 남해를 보았다. 그가 죽는다. 그는 어떤 인생을 살았는가? 비록 건달이라는 잘못된 길을 걷긴 했지만 자기 길을 꿋꿋하게 걸어왔다. 그리고 비참한 최후를 맞는 그 순간까지 자기 길을 끝까지 갔다. 그렇다. 그것이 프로다. 자기 길을 끝까지 가는 것. 그래서 남해는 박민수가 프로 바둑기사가 되기 원했던 것이다. 그래야 계속 바둑이라는 길을 걷을 수 있을테니까. 인생의 프로가 되길 바란 것이다. 박민수는 비록 타이틀은 아마추어였지만, 바둑을 계속 두고 있다. 자기 인생의 프로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 '스톤'에서 진짜 프로는 따로 있다.


    바로 조세래 감독(1957-2013)이다. 1993년 바둑 영화 '명인'을 준비하게 되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제작이 무산된다. 그리고 영화계를 떠나 바둑 소설을 진필하게 된다. 1997년 출간된 '역수(3부작)'가 그것이다. 다시 15년이 흐르고 암과 싸우면서 바둑과 영화의 만남이라는 평생의 꿈을 '스톤'을 통해서 이룬다.


    영화 '스톤'이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프로입니까? 아마추어입니까?"



    시크릿#5] 영화 '스톤'의 결말.

    일종의 오픈 결말이다. 중국선수가 첫 수를 천원(바둑판의 중심점)에 착수한다. 과연 박민수는 어디에 두었을까? 여기서부터는 아마추어냐, 프로냐의 기로가 아닌 승리하느냐, 패하느냐의 싸움이다. 천원에 둔 수는 이길려고 둔 수가 아니다. 도발일 뿐이다. 천원 바로 옆에다 붙이는 응수를 생각해봤다. 웃길 것같았다. 또는 기선 제압으로 인걸처럼 힘으로 두는 것을 상상해 보기도 했지만 '승부'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 자신의 말이 산 다음에 상대의 돌을 잡으러 가야 한다.) 내가 살 확률이 가장 높은 네 귀 중 한 곳에 포석을 한 뒤에 상대가 보인 약점을 쫓았을 것이다.




    끝맺음

    영화에 로맨스가 없어 좀 아쉽긴 했지만, 꿈보다 해몽이라고 후기로 인해 인생의 하루 하루를 소중히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된 것같아 나름 뿌듯하다. 끝으로 많이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남겨주신 유산은 잘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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