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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시사회] 두근두근 내인생 (존재에 답하다)
    영화/먼저 시사회 2014. 8. 30. 00:30

      열일곱 나이에 자식을 나은 부모와 열일곱을 앞두고 세상과 이별을 준비하는 아들이 있다. |     

    이미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2014)'의 포스터와 광고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인지 대략적으로 봐서 슬픈 가족 영화라 판단하고, 시사회 신청을 좀 망설였다. 슬퍼서 보기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영화관에서는 맘껏 눈물을 흘리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격해져 콧물까지 나와버리는 사태가 벌어지면 나도 힘들고, 다른 관람객들에게도 피해를 주기에 관람을 주저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가슴이 말라있었던 터라 최대한 참아보기로(?) 마음먹고 신청해서 보게되었다. 그런데 우려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죽음을 너무 심각하게만 받아드렸던 편견에서 비롯된 우려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부모보다 먼저 떠나는 열여섯살의 죽음이 재미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무리 짧게 살아도 죽는 순간보다 살아있는 시간이 더 길기에 미리부터 가슴 아파하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들 중에 하나가 어디서 왔으며, 왜 태어나서 숨을 쉬고, 죽어가는지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자기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까? 사춘기 때? 꿈과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실패와 시련이 닥쳤을 때? 누군가 물어봐서? 똑같은 지문이 없듯이 저마다 다 다를 것이다. 답이라고 하는 존재의 이유 또한 같은 것이 없이 다 다르겠지만 다르지 않는 것이 있다면 누구나 이 질문을 피해 갈 수 없으며, 이 질문을 한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매순간 질문에 답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 누구나가 열일곱살 동갑내기 부모로부터 태어난, 선천성 조로증(조루증이 아님[각주:1])을 앓고 있는 열여섯살의 아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두근두근 내인생' 영화는 '한아름(조성목 분)'을 통해서 '존재'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세상이라는 곳과, 삶과 죽음, 그리고 부모에 대한 단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은 어떤 곳인가?

    한아름과 가족들은 방송 출연을 통해서 세상 밖으로 드러난다. 일면식없는 자기들을 도와주겠다고 후원금을 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반면에, 자기들을 이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도 있기도 한다. 그리고 자기가 뜻한 바대로 이뤄내기도 하지만, 의도와는 다른 일들도 생길 수 있다. 한대수(강동원 분)의 헛발왕자 별명처럼 말이다. 


    <이서하가 아름이에게 보내준 곡 : 'Love Shine' - 검정치마>



    삶(인생)이란,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1) 한아름에게 언제 살고 싶어지냐고 물어본다. 한아름은 답한다. 

    아름 : "살고 싶어지는 때? 푸른 하늘의 하얀 뭉게 구름을 볼 때, 아들의 해밝은 웃음소리를 들을 때 나는 살고 싶어져. 많은 날 오후 엄마와 함께 햇빛을 머금은 포근한 빨래의 냄새를 맡을 때도, 묵뚝뚝한 우리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가 연속극을 보며 우는 것을 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했던 적도 있고, 저녁 무렵 골목길에서 밥먹으라고 손주를 부르는 할머니의 소리가 울려퍼질 때도, 여름날 엄마가 아빠 등목을 시켜주며 찬물을 끼얻는 걸 볼 때도 난 살고 싶어져. 아빠와 함께 초승달이 뜬 초저녁 초롱초롱한 금성을 보며서도, 반짝반짝 빛을 내며 야간 비행을 하는 비행기를 볼 때도 살고 싶어지기는 해." 


    보거나, 느낄 수 있는, 그리고 겪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 소중한 것들이다. 한평생을 힘써도 만들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쳐가듯 지나치기도 하고, 영원할 것처럼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무엇인가를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건강할 때는 내가 얼마나 건강한지 모른다. 아픈 곳이 생기고 나서야 내가 건강했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행복은 바로 내 옆에 있었다는 것을... 산다는 것은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2) 한아름 옆에서 짱가 할아버지(백일섭 분)가 소주를 마시자 

    아름 : "그거 맛있어요?"

    짱가 : "소주? 당연히 쓰지."

    아름 : "그런데 왜 드시는 거에요?"

    짱가 : "인생이 쓰다고 인생을 안사느냐? 아니거든, 이 소주도 마찬가지지. 어렵지? 넌 아직 몰라도 돼"


    삶이 그렇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고... 다만 살아가야만 좋은 일도 생기는 것이고, 나쁜 일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도, 실패도 없듯이 말이다.  


    3) 한아름이 짱가 할아버지가 사다준 소주 한잔 마시며 

    아름 : "캬아~ 쓰네요. 이제 여한 없다."


    죽음이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주를 마시는 한아름을 위해 짱가 할아버지가 한곡 뽑는다. 

    (사의 찬미는 여러 가수들이 불렀다. 이미자 버전이 가장 좋은 것같은데 찾지 못했다.)


    사의 찬미[각주:2] 

    광막한 황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무엇을 찾으려 왔느냐.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녹수정산은 변함이 없건만

    우리 인생은 나날이 변했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삶의 종착지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존재하기 위해 살아왔지만 그 끝은 존재가 사라진다. 그리고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 참으로 덧없다.


    내가 태어난 곳, 부모란?

    1) 최미라(송혜교 분)가 방송 인터뷰에서 말한다. 아름이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친정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받았는데 빨리 가봐야겠다는 생각보다 아름이 대신 사실만큼 산 아버지가 먼저 가면 안될까 생각했다며 

    미라 : "저 참 못됐죠? 그때 알았어요. 부모가 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2) 미라는 아름이가 그렇게 된 것이 자기 탓인 것같아 괴로워하기도 한다. 제발 태어나지 않게 해달라며 운동장을 20~30바퀴를 가슴 터지도록 달렸다고 한다. 부모는 안다. 생명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자식이 잘못되면 자기 탓인 것같고, 마음 속 죄인이 되기도 한다.


    3) 아름이가 지은 시

    제목 : 아버지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내가 되고 싶으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그래서 한아름이 찾은 답은?

    1) 한아름이 방송 인터뷰에서 밝힌다. 부모님 만큼은 웃기는 자식이 되고 싶다고...

    이 때문일까 영화는 죽음이라는 슬픈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밝았다. 남아 있는 시간만큼은 즐겁게 보내야 한다는 사명을 띤 것처럼 말이다. 


    2) 아름 : "엄마, 눈에 안보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 낮에 별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잖아."

    한아름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기가 오래 살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죽어도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마따라 자신의 생각을 담아놓을 수 있는 글과 책을 남겨 존재하려고 했던 것같다. 더불어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도 밝혀낸 것같다. 바로 '두근거리는 사랑'에서 왔다는 것을... 혹, 술 먹고 취해서 만들어진 자식이라고 자신은 술에서 왔다고 하지 마시길~ 그 순간 만큼은 사랑이 존재했을테니 말이다. 육체적 사랑도 사랑이니 말이다. 


    3) 한아름,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싶어하다.

    사실 한아름이 제야의 종소리를 왜 듣고 싶어했는지 관심이 없었다. 수십년 살아보니(아직 수십년 더 살아하겠지만) 년도가 달라진다고 세상이 확 달라지거나, 새세상이 열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년에 한번 어버이 날이 있듯이, 또 어린이 날이 있듯이 일년에 한번 타종을 통해 자신에게 숨쉴 수 있는 '시간 주어짐'을 기억하고 감사하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자고 나면 우리에게 내일이라는 시간이 꼬박 꼬박 주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감사함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이시간은 분명히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한아름이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자 했던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하고, 헛되이 쓰지 말고, 충분히 만끽하며 살라는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가족 영화 추천

    다소 무겁게 영화 속에 담긴 메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두근두근 내인생(2014)'은 다루게 되는 소재에 비해 우울하지 않고, 오히려 밝았다. 그래서 온가족이 웃음과 감동, 그리고 의미를 모두 느껴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되어진다. 개봉일이 9월 3일(수)이니 추석 볼만한 영화 추천함. 어쩌면 뜻깊은 추석 명절이 될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태티서(소녀시대 태연, 티파니, 서현)도 깜짝 출연한다. (소녀시대를 영화관 큰 스크린으로 접해보니 또 다르게 보이더라는... 후훗) 자세한 영화 정보는 https://www.facebook.com/mylife0903 홈페이지에서 참고하시고~ 끝으로 즐거운 명절 연휴가 되시길 바랍니다. 추신) 알아두면 좋은 것같은 정보 : 새똥으로 위장하는 벌레로 호랑나비 애벌레가 그러하다고 합니다. ^.~



    두근두근 내 인생 (2014)

    5.3
    감독
    이재용
    출연
    강동원, 송혜교, 조성목, 백일섭, 허준석
    정보
    드라마 | 한국 | 117 분 | 2014-09-03




    1. 조로증은 노인처럼 되는 증상을 겪게 되는 병이지만, 조루증은 약간의 성적 자극으로 개인이 원하기 전 사정이 일어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2. 死(사)의 讚美(찬미) : 일제강점기인 1926년 8월 한국 최초로 발매한 음반의 타이틀곡으로 '이바노비치'가 작곡한 '다뉴브강의 잔물결'에 김우진이 가사를 붙이고 윤심덕이 부른 최초의 번안가요이다. 하지만 윤심덕이 연인 김우진과 함께 현해탄에서 자살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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