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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바이로케이션 (두번 이상을 보게 만들다)영화/솔직하게 2014. 7. 28. 17:35
바이로케이션(バイロケ-ション, BILOCATION, 2013) | ●●●◐○
키리무라 시노부(미즈카와 아사미 분)는 그림을 전공한 화가 지망생으로 콩코르를 준비하고 있지만,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아랫층에 이사온 타카무라 마사루(눈이 잘 안보임, 아사리 요스케 분)와 서로 반해 결혼하게 된다. 5층 마사루 집에서 신혼집을 차리고, 6층 시부노가 쓰던 집은 그림 작업실로 쓰게 된다. 평소와 같이 타카무라 시노부(일본은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름)가 마트에서 장을 보고 물건값을 치루다가 위조지폐범으로 몰리게 된다. 마트 지배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형사, 카노 타카시(타키토 켄이치 분)는 시노부를 경찰서가 아닌 이상한 저택으로 데리고 간다. 시노부는 큰 거울이 붙어있는 복도를 지나 집사, 샤카키의 안내에 따라 오른쪽 방 안으로 들어가게 돈다. 이 방 안에는 바이로케이션 모임 참석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리더, 이이즈카(토요하라 코스케 분)으로부터 '바이로케이션'의 존재와 그들로 인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앗아 갈 수 있다는 위험을 듣게 된다. 과연 시노부는 자신의 바이로케이션으로부터 마사루를 지켜낼 수 있을까?
영화 '바이로케이션'은 감독이 낸 수수께끼를 관객이 푸는 퀴즈같은 영화로, 공포보다는 '서스펜스'다. 한 사람이 다른 인격을 보유하는 다중인격을 다룬 다른 영화와는 달리 실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비현실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시나리오 만큼은 흥미롭게 잘 짜놓은 것같아 흥미로웠다. 특히 시노부의 생활을 교묘하게 잘 편집해 놓아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어쩌면 세심하게 보지 않았다면 영화 끝부분에서 밝혀지는 반전의 전말을 듣고도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을 것같다. 나처럼. 그래서 영화를 다시 보면서 시노부(여주인공)와 그외 인물, 바이로케이션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이미지 출처 : 바이로케이션 일본 홈페이지(http://bairoke.jp/about/index.html)
카노 타카시에 마우스를 올리면...
우선 영화 제목, '바이로케이션(Bilocation)'의 사전적 의미는 '동시에 두 지점에 존재하기'이다. 영화 속 이야기에서는 '자기 주변에 나타나는 또 다른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로, '바이로케'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하는데 이들은 육체를 갖고 실제하며, 사고하면서 행동한다. 구체적으로 다음 아래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① 한 사람이 2개의 상반된 생각(간절한, 진심을 담은, 욕구같은)으로 갈등(공존)하다가 그 중 하나의 생각이 강제적으로 억압이 되면 그 억압된 생각이 초자연적으로 독립하여 다른 자신, 바이로케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생겨난 바이로케는 그 억압되었던 생각이 지배하는 인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짜라기 보다 다른 모습의 진짜로 보는 것이 좋을 것같다. 그런데 문제는 바이로케 발생과 사라짐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
② 바이로케에 의해 나타난 부산물은 즉, 바이로케가 만들어지면서 가지고 있는 물건도 복제가 되는데 이런 것들은 약 24분 후에는 사라진다. 가령 시노부가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값을 지불했던 돈이 사라진다든지 하는... (그렇다면 입고 있는 옷이라든지, 신발같은 것도 사라졌어야 하지 않았을까~ 흐흐)
③ 바이로케는 진짜 가까이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데 반경은 진짜로부터 약1.5km다. 이를 벗어나게 되면 사라지게 된다.
④ 바이로케는 진짜의 기억과 신체 변화(상처와 같은)가 동조되지만, 바이로케가 겪게 되는 일들은 진짜에게 공유, 동조되지 않는다.
⑤ 바이로케는 뱀파이어처럼 거울에 비춰지지 않는다. 하지만 바이로케가 거울을 봤을 때는 자기는 진짜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모습이 거울에 비춰 보인다.
⑥ 바이로케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진짜가 죽으면 시간 차를 갖고 사라져 버린다.
이야기는 바이로케이션 모임의 진짜 일원들이 자신들의 바이로케이션과 대립하면서 바이로케이션을 사악한 존재로 몰아간다. 하지만 사악한 존재는 아니었다. 되짚어보면 카노 타카시는 자신의 바이로케 때문에 상관 폭행으로 좌천된다. 그래서 카노 타카시는 급기야 자신의 바이로케를 죽여버리고자 한다. 그때부터 카모 타카시의 바이로케는 자신을 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다. 미타라이 타쿠미(센카 켄토 분)은 대학생으로 여자친구를 빼앗겼기에 (허나 자세한 이야기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바이로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한다. 미타라이 타쿠미의 바이로케 역시 진짜를 해하는데 다분히 방어기재로 보인다. 카토구라 마유미(사카이 와카나 분)은 어린 아들을 둔 주부로 아들이 난치병에 걸려있어 일을 그만두고 병원에서 돌봐야 한다. 하지만 장기화 되면서 지쳐버린다. 그리고 아들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가지지만 이내 멈춰버린다. 이때 카토구라 마유미의 바이로케가 생겨났는데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의 인격이 살아난 것이었다. 그래서 아들을 지키고자 진짜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아들을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갔던 것이었다. 이것을 모르고 진짜, 카토구라는 바이로케가 자기 아들을 해하려고 하는 것으로 오해를 했던 것이었다.
영화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이이즈카의 10년 전 이야기가 나오면서 적대적 관계에서 '바이로케와의 공존'으로 흐름이 바뀐다. 이이즈카는 자신이 설립한 요양소에서 미타무라 사유리를 알게 되어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바이로케였던 것이었다. 진짜 미타무라 사유리는 25년간 병실에서 나온 적이 없었다. 그리고 미타무라 사유리는 병원 옥상에 떨어져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사라진 바이로케. 이때부터 이이즈카는 바이로케와의 공존을 고민하게 되었고, 이 후 자신 겪어던 일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시노부와 마사루를 알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키리무라 시노부와 그녀의 바이로케, 타카무라 시노부를 감시하면서 카카미(다케다 쇼 분, 유일하게 평범한 사람이다)을 통해서 서로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었다.
여기서 시노부와 그녀의 바이로케를 구분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좀 헷갈린다. 정리하자면 시노부가 복도를 지나 집사, 샤카키 안내에 따라 진짜는 오른쪽 방(빨간색 커튼)으로 갔으며, 카카미를 모른다. 그리고 진짜 시노부를 결혼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마사루를 모른다. 그리고 담배를 피웠고 그림만 그렸다. 하지만 콩코르에서는 탈락하고 만다. 시노부 바이로케는 왼쪽 방(초록색 커튼)으로 갔으며, 카카미를 안다. 그리고 마사루와 결혼을 했으며, 담배를 피지 않았다. 특정 시간에 6층에 올라가 그림을 그렸고(이때 진짜와 바이로케의 그림에 대한 희망이 일치하는 순간으로 바이로케가 일시적으로 사라진 것같다), 콩코르에서 대상을 받게 되었다. 감독이 교묘하게 편집을 하면서 진짜 시노부와 바이로케 시노부의 생활을 구분하기 위해 전환되는 장면마다 구분할 수 있는 특별한 행동을 넣어놓았는데 시노부가 눈을 감거나, 고개를 들면서 눈을 뜨는 것이 그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이이즈카와 카카미의 노력에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진짜 시노부도 자살하는 것으로 끝이나 버린다.
마지막으로 영화 처음에 나왔던 교회 안에서 예배를 보던 여자와 그녀의 바이로케에 대한 것이다. 이 여자는 어떤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졌다. 단서라고는 음성이 변조되었다는 것인데... 두가지를 추측해봤다. 하나는 여자였지만 성정체성은 남자였다. 두번째는 자신은 죄인이라고 인정함으로써(모든 인간은 죄인이라는 기독교의 얘기) 나온 악마적인 바이로케가 아니었나 싶다.